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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프로그램] 새터민과 만난 2014년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최문수
20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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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프로그램] 새터민과 만난 2014년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최문수

새터민과 만난 2014년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진행되고 있는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운영 사업(이하 길 위의 인문학’)이 새터민들과 만났다현재 전국 180개 도서관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길 위의 인문학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이래 뜨거운 호응과 반향을 일으키며 현재 각 해당 도서관의 지역주민들에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가장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인문학을 접하고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느껴보자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우선적으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역 도서관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주민들로 하여금 내가 사는 지역과 공간이 곧 나의 삶의 공간이라는 차원에서 새롭게 인식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지역에 대한 역사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우리 지역의 숨은 이야기꺼리와 의미그리고 그 속에 함께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과 나에 대해 생각하고 체험하며 같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이 사업은 어느새 단순한 흥미꺼리를 넘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의미 있는 인문학 프로그램으로써 큰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을 뛰어 넘어 길 위의 인문학’ 사업본부에서는 그 범위와 규모를 보다 확장한 전국을 단위로 하여 국내 저명인사를 초빙하고 이들을 바탕으로 중앙 차원에서 기획한 수준 높은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는 특별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그 일환에서 이번 7월 29일에 새터민들과 만나게 된 것이다.

 


○ 새로운 자극기쁨에 찬 새터민


 주로 문화적 소외지역문화적 관심이 필요한 특정 계층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해온 길 위의 인문학’ 사업본부는 통일부와 협업을 통해 새터민들과 만날 수 있었다현재 탈북 이후 하나원에서 정착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는 이들은 전체 3주간의 교육기관 가운데 2주차에 접어든 상태낯선 환경에서 다소 경직되고 경계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들은 강연장에 들어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매우 들뜨고 흥분돼 보였다.


 마치 소풍 나온 학생들과 같이 도서관으로 향해 좁은 차도와 길을 따라 들어가는 내내 이들은 새로운 남한 사회의 면면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눈에 넣으려는 듯 연신 주변을 살피고 주변사람들과 흥분된 목소리로 얘기하며 들떠있는 모습이 역력하였다그러면서도 인솔하여 온 통일부 직원의 통제에는 깍듯하게 따르는 모습에서 아직 이들에게 긴장감이 많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일반적으로 인솔자들을 힘들게 하는 제멋대로의 아저씨 아줌마의 모습을 기대하긴 힘들 것 같았다다행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보는 나의 얼굴을 마주하며 한 사람씩 힘차게 걸어오는 인사말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필자였다그 옛날의 반공교육처럼 애초에 경계감과 불안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선입견이 무색할 만큼 그들은 밝고 당당했다오히려 인원이 너무 많아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어 계단으로 2층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나의 말에는 그들이 나를 위로하며 무안을 주기까지 하였다. “고 까짓 것 당연히 걸어가야지요


 드디어 그들이 들어선 무대는 바로 수원시에 소재한 경기평생교육학습관도로체증을 뚫고 짧지 않은 시간을 이동해온 탓에 위생실부터 찾던 그들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강연장을 들어서서는 이내 주변환경이 어색한 듯 살짝 긴장한 눈치였다입구에서 한 사람씩 나눠주는 간단한 먹거리와 음료수를 인지하지 못한 체 지나쳐 갔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한아름 가지고 가는 바람에 입구에선 잠시 소동이 일었다.


 오는 길에 차가 막혀 당초 예상시간보다 20분여 늦게 도착한 그들을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강연자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강연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철학과 교수로 있는 한형조 교수.역시 철학자라 그런지 틀에 얽매이지 않고 덥수룩한 수염에 자유로운 풍모를 하고 있는 그가 새터민들에게는 다소 생경했던 모양이다악수를 청하는 한교수의 손을 수줍게 잡은 새터민들이 부끄러운지 배시시 웃기도 한다.


 공간이 좁아서 위생실을 다녀오는 일행들을 기다리는데 시간이 또 꽤나 걸렸다드디어 강연의 시작필자가 처음 무대에 올라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설명하고 개인적인 잡담을 통해 분위기를 풀어주자 얼굴들이 밝아졌다특히 필자의 선친께서 함경북도 명천 출신이라 통일을 대비해 그곳 주소도 외우고 있다고 하자 일순 환호성도 질러댔다고향사람 반가워하는 거 보면 확실히 한국사람 맞는 것 같다.


 

new_새터민.png

 

○ 이미 찾은 자유이제 찾아야 할 자유우리 모두의 고민


 이제 본격적인 강연시간자유로운 풍모의 한교수께서 올라와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그러나 주제는 가볍지 않은 내용이른바 두개의 자유라는 내용이었다한교수께서는 애초에 이 강연에 대해 매우 부담스러워 하셨다강연 대상도 대상이려니와 그들에게 들려줄 말이 과연 무엇일지 매우 고민된다고 하셨다게다가 아직은 통제의 테두리에 있는 그들사실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긴 하다.그래서 통일부의 수장에게 윽박까지 질러대가며 얻어낸 메시지까지 받아 들고 그는 새터민들에게 다소 조심스런 어조로 자유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한교수의 경상도 억양으로 풀어내는 자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묘한 감정에 쌓이게 되었다.간간히 영어 단어가 섞여져 나오는 저 경상도 말투의 의미를 과연 이들이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인가솔직히 그 옛날 똘이 장군에서 나오는 늑대와 여우의 모습을 지워버린지는 오래이지만 필자는 여전히 그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